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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아기천사/임신

자연분만 과다출혈로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입원 후기(질혈종, 경과 등)

by 도리댕댕 2022.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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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도리댕댕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분만 후 과다출혈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작성하기 좋은 소재는 아닙니다만 종종 저와 비슷한 산모분들이 있어 공유 차원에서 적어봅니다.

분만 과정

가족분만실


일단 저는 41주 0일에 자연분만으로 3.35kg의 건강하고 소중한 공주님을 출산했어요. 예정일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진통이 안오지..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울기도 많이 울었던 40주~41주였어요. 자연분만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기가 뱃 속에서 많이 크면 출산 중 고통이 클까봐 지레 겁먹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이 41주 0일차에 유도분만 일정을 잡아주셨고, 거의 뜬 눈으로 지낸 저는 아침 7시에 산부인과 가족 분만실에 입성하게 됩니다. 유도분만은 자연분만과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되나, 촉진제를 투여해 인공적으로 자궁에 수축을 주어 진통을 유발하는게 차이점이라고 합니다. 만약에 운이 좋으면 진통이 바로 걸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음 날까지도 이어진다고 해서 제발 진통이 빨리 오길 바랬어요. 운이 좋게도 진통은 오전에 시작되었고 공포의 내진을 한 번 겪은 후로는 분만이 빠르게 진행되었답니다. 약 3시간 진통 후, 자궁문이 약 3cm 열린 시점에 무통주사를 놓아주셔서 무통 천국을 두시간 정도 누렸습니다. 무통주사 이후로 자궁문이 빠르게 열려서 무통주사 한차례 더 맞고 힘주기 15분만에 우리집 공주님이 탄생했답니다ㅎㅎㅎ 분만 과정이 거의 6시간도 되지 않아서 초산치고 매우 수월했다고 하셨고 저 역시도 이 정도면 한 번 정도 더 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과다출혈 원인

분만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후처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아이가 급하게 내려오면서 회음부와 질에 상처가 났는데 꼬매도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초음파상으로 자궁 출혈은 아니었고 자궁에 남은 피들이 같이 내려올 수 있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두시간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입원실로 이동해 식사를 했어요. 식사를 하느라 앉아있는데도 진통보다 아픈 복통?이 찾아왔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간호사를 불러 상황을 얘기하는 도중 고인 피가 터져버려 다시 분만실에서 2차 처치를 진행했어요.. 2차 처치 후에도 계속 되는 출혈에 마지막 3차 처치를 마치고 구급차를 타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갔습니다ㅠ.ㅠ  3차 처치가 너무 고통스러웠던 터라(진통의 10배) 강남세브란스로 가는 길이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강남세브란스에서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응급수혈을 받고 출혈이 계속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을 진행했는데요. 다행히 출혈은 멈췄고 그 대신 질에 10cm 정도의 혈종이 발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산부인과에서 받은 3차 처치에서 피가 멎지 않았을까 싶어요. 질 깊숙한 곳에서 출혈이 발생해서 3차 처치에서 잡지 못하면 색전술을 받아야한다고 했는데 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질혈종은 자연적으로 흡수되는걸 기다리길 권장하시더라고요. 피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경과

4일 정도 입원하는 동안 저희 아가는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혼자 떨어져 지냈어요...그 생각에 입원하는 동안 울컥하고,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면 또 눈물이 흘렀는데 옆에서 남편이 잘 케어해 준 덕분에 덜 우울해하며 견뎌냈던 것 같아요.

입원 1일차

일단 입원 1일차에는 심전도 수치, 심장박동 수를 측정하는 기계를 부착하고 자는 바람에 거의 잠을 못 잤던 것 같아요. 기계가 예민해서 숨만 살짝 천천히 쉬어도 알람이 울려서 짜증났어요.


1인실은 만실이라 4인실에 혼자 있었는데 만약에 다른 환자들과 같이 사용했을 때 알람이 울렸으면 진상될 뻔 했습니다^^;; 그 것도 그렇지만 입원 한 번 안해봤던 터라 소변줄도 처음이고 많은 주삿바늘도 처음이라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통증도 이만저만 아니구요.

입원 2일차

세브란스 산모 전용 입원실은 4인실과 개인실이 있는데, 2일차에도 4인실을 혼자 사용하면서 이득ㅋㅋㅋ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옆에 누가 들어오지 않길 바라기도 했구요. 아침에 끔찍한 내진을 한 차례 더 진행하고 종일 누워있으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어제 한끼도 먹지 못해서 식사를 하고 싶었는데 점심부터 죽을 먹을 수 있었어요. 죽 이후에는 산모식으로 제공되었는데 미역국이 사발로 나옵니다.

강남세브란스 산모식

미역국에 소고기가 넉넉하게 들어있고 간도 모든 음식이 싱겁지 않아요^^;; 병원 음식들은 무조건 싱겁다고 생각했던 저는 편견이 사라졌어요. 집에서 먹는 반찬의 간 수준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었어요.


식단표

블로그를 하는 저를 위해 남편이 이곳 저곳 다니며 사진을 남겨주었어요.
산모식이 아닌 선택식의 경우 맛있는 메뉴들이 많아서 그걸 주문하고 싶었답니다.

2022년 식대 수가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식대 수가는 위 사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육덮밥
등심돈까스

남편은 1병동 지하에 위치한 푸드코트,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했어요. 제육덮밥(만원), 등심돈까스(만원), 순두부찌개(8,500원)를 먹어봤는데 순두부찌개가 그나마 낫다고 하네요. 가격 대비 기대 이하여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고 합니다. 환자 보호자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이 금지되어 있으니까요ㅠ.ㅠ

입원 3일차

입원 3일차에 소변줄을 제거했고, 좌욕을 시작했습니다. 자연분만 이후 회음부 회복을 위해 좌욕을 권장하는데 질혈종에도 좋은가 보더라고요. 하루에 4회 좌욕을 하라고 하셔서 앉아 있기 힘든데 어쩔 수 없이 했어요ㅠㅠ고통은 여전해서 너무 좌절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있으나 조리원에서 있으나 상황은 같으니 퇴원이 가능하면 꼭 하고 싶었습니다. 혼자 있을 아기 때문에요.

회진 결과, 출혈이 더이상 없어보이니 현 상태가 내일까지 지속되면 퇴원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좌욕기

화장실에 설치된 좌욕기인데, 병원용 좌욕기다보니 고퀄리티입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라고 하니 열심히 했네요.

산부인과 입원실

산부인과 산모 입원실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에 샤워기가 있긴 한데 샤워부스가 없는 걸로 보아 샤워 용도는 아닌 것 같아요.

보호자 의자

세브란스병원의 아쉬웠던 점은 보호자 침대 겸 의자였어요. 딱딱한건 당연하겠지만 냉장고가 있는 수납장과 발 끝 히터와의 간격이 좁아 일자로 펼 수가 없었습니다ㅠㅠ비스듬하게 펴서 웅크려자는 남편이 조금 안쓰럽더라고요.

입원4일차

담당의 회진 때 퇴원해도 좋다는 안내를 받고 너무 다행이다 싶었어요. 1월 초에 CT촬영과 외래진료를 잡아주셨고 진통제, 항생제, 변비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혈종으로 인한 통증의 완화는 몇 주 걸릴거라고 하셨고, 병원에서는 통증보다는 출혈이 있고 없고를 중요하게 보시더라구요ㅠㅠㅠ그 때문에 매일 수시로 혈압을 재셨고요. 무거운 물건 무리하게 들지 말고 되도록이면 안정을 취할 것, 좌욕은 하루에 4번 할 것, 탕 목욕 당분간 금지 등의 주의사항이 있었습니다.

고통은 1일차나 4일차나 같아서 큰 차도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조리원에 입성하니 침대가 푹신해서 누워있을 때 엉덩이로 오는 통증이 많이 줄더군요.

조리원 1-5일차

조리원 입성 후 개인 좌욕판을 구입해서 하루에 3,4번 정도 좌욕을 했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4일 정도는 산후마사지를 받지 않았어요. 변비약을 처방받아서 대변은 자주 봤습니다. 회음부와 질 통증이라서 변을 못 볼까 제일 마음에 걸렸는데 변비약 효과가 너무 좋더라고요.

조리원 6,7일차

진통제가 5일치 뿐이라서 타이레놀을 복용했는데요. 진통이 심하면 진통제를 추가 복용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모유수유할 때 문제가 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문제가 없더라고요. 통증은 서서히 옅어지는 느낌입니다. 도넛방석 없이는 아직 앉을 수 없지만 초반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기에 산후조리원에서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회복하고 가려고 합니다:)

출산은 정말 우리의 의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어요. 낳기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던 자연분만이 이렇게 제게 큰 고통을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난생 처음 구급차도 타보고 응급수혈도 받는 참 다이나믹한 하루였으니 말입니다.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남아있지만, 아기를 키우고 첫 생일이 되면 그 때의 고통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있길 바라고 있어요. 언제까지 그 기억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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